[옥자]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일침 – 영화 리뷰

전형적인 봉준호식 영화. 감독이 누군지 모르고 봤어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 재탕 배우는 우려한 그대로. 아무리 연기력이 우수히고, 감독과의 호흡이 잘 맞는 배우라 한들 같은 배우가 반복해서 여러 작품에 나오면 몰입이 힘든 것이 사실이다.

Poster for the movi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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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 Okja (2017)

내 평점: (4.0 / 5.0)

전형적인 봉준호식 영화이다. 감독이 누군지 모르고 봤어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 재탕 배우는 우려한 그대로이다. 아무리 연기력이 우수히고, 감독과의 호흡이 잘 맞는 배우라 한들 같은 배우가 반복해서 여러 작품에 나오면 캐릭터에 몰입이 힘든 것이 사실이다. 미자 역을 맡은 안서현은 작품에 등장한 다른 할리우드 배우 못지 않게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CG에 불과한 징그러운 슈퍼돼지 옥자를 마치 내가 애지중지하며 키운 애완동물 마냥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할 정도로 둘의 끈끈한 우정 & 가족애를 잘 표현해냈다. (얼핏보면 배우 심은경과 닮았다.)

내용 자체만 보면 어린 시골소녀 미자가 슈퍼돼지 옥자를 구출해 내기 위해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해내는 히어로물이다. 과학적으로 충분히 실현가능한 컨셉이지만 슈퍼돼지 잘~기르기 콘테스트라는주제부터 내용이 살짝 병맛이다. 간간히 봉준호식 유머코드가 담겨있어 소소하게 보는 재미를 준다. 스티븐연이 버벅거리는 한국어 실력으로 제이의 말을 미자한테 통역해주는 장면에서, 제이가 자신이 속한 동물보호단체를 영어로 멋있게 포장한 것을 케이(스티븐연)가 한국어론 딱 한 마디로 대충 번역한다거나 하는 특별할 거 없지만 큰 공감이 가는 장면에서 웃음이 나왔다.

다만, 제이크 질렐할, 틸다 스윈튼, 폴 다노, 스티븐 연처럼 세계적인 유명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한 것에 비해 아쉬운 내용전개가 아쉬웠다. 너무 가혹할 정도로 미자를 위험한 상황과 절망에 빠트리게 해 보는 내내 불쾌하다. 원래 어린아이나 동물한테 가혹행위 하는 것만큼 보기 불편하게 없지 않나. 또, 한국식 연출을 미국인 배우와 미국 배경에 적용하니 생소하면서도 어색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미국인을 타겟으로 제작한 영화인데, 자본주의로 인해 돈 밖에 모르는 듯한 미국인으로 표현한 부분을 현지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스티븐연이 속했던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미국인의 이중성을 보여줬기에 좀 괜찮았으려나?

영상미는 살짝 아쉬웠는데, 처음 산골오지 풍경을 필터를 사용해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산속처럼 좀 더 몽환적이고 화사하게 연출했으면 슈퍼돼지 옥자를 보다 성스럽고 신비스러운 존재로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성스러운 존재를 도살시키려 한다면 기존에 애완동물을 도살하려는 불쾌감 그 이상의 불쾌감을 줄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육류섭취를 줄이고 채식을 하자는 교훈 보다는 자본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일침이 강력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아쉬운 점은 꽤 많았지만, 리메이크와 리붓이 판치는 영화판에 창작영화 옥자는 마른 땅에 한줄기 단비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