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꽃, 오감을 사로 잡는 즐거움

식용꽃 사용 지침서라고 해야할까? 개인적인 경험과 주관을 바탕으로 한 식용꽃의 Flavor Profile과 올바른 섭취방법에 대한 정보를 정리했다. 식용꽃을 제대로 이용하면 장식용으로의 역할 뿐 아니라 식재료로도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다.

(왼) Edible Flowers / (오) Girl with a Flower
(왼) Edible Flowers / (오) Girl with a Flower

(왼) Edible Flowers / (오) Girl with a Flower

[플레이팅] 가장 먼저, 메인 고기와 잘 어우러지는 퓌레(puree, 채소나 고기를 갈아서 체로 걸러 걸쭉하게 만든 요리)로 빈 접시 위에 베이스라인을 만들어준다. 메인 고기를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얹고, 주변엔 정교한 칼질로 완벽할 만큼이나 같은 크기로 잘라낸 각종 채소로 꾸며준다. ‘예쁜 이파리만 골라 딴 허브와 색색의 꽃’으로 플레이팅을 화려하게 마무리해준다.

고급 레스토랑의 셰프들이 우아한 요리접시의 마지막 손질을 위해 여러 종류의 꽃을 사용하고 있다. 수프에 떠있는 꽃, 샐러드에 뿌려진 꽃, 요리 접시나 디저트에 고즈넉하게 놓인 꽃 등의 ‘에디블 플라워(edible flower)’는 요리의 아름다움을 극대치로 끌어올리는 화룡정점 역할을 해낸다.

많은 이가 식용꽃의 근대화가 얼마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용꽃 사용은 예전부터 인디언들이 사막에서 자라는 식물꽃을 일상적으로 먹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고대 로마시대와 중국, 인도,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1837-1901)부터 매우 인기가 있었다.

우리나라도 예로부터 꽃을 이용하여 화전, 차, 떡, 술 등 다양한 음식을 먹는 풍습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전통음식 중에 찹쌀가루로 만든 떡 위에 계절꽃을 얹어 모양도 내고 맛도 내었던 화전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역시 음력 3월 3일, 삼월삼짇달에 해먹는 진달래화전이 있고, 국화꽃이 만발한 가을에 해먹는 국화전도 있다. 그밖에도 계절에 따라 복숭아화전이나 매화전이 있으며, 그 외에도 오미자즙에 진달래를 띄워먹는 진달래화채도 있다.

화려한 플레이팅에서 식용꽃을 제외하면 뭔가 아쉽다. 요리에 문외한이더라도 식용꽃 하나만 있으면 플레이팅을 큰 노력 없이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어 일부 셰프들은 식용꽃은 플레이팅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나 사용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꽃의 색과 외형에만 신경 쓰다가 정작 꽃과 다른 컴포넌트의 맛의 조화를 간과하는 경우가 잦은데, 이런 경우엔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것과 같은 처참한 결과를 초래한다. 너무 떫거나 완전히 상반되는 맛 탓에 공 들여 조리한 메인디쉬의 맛을 한순간에 망칠 수 있고, 한입에 먹기 부담스러운 크기의 식용꽃은 손님이 아예 먹을 시도조차 않는 경우도 흔하다. 또한, 아직까지 꽃을 식용으로 쓸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도 하고, 앞서 말했듯이 식용꽃을 단지 보기에만 좋으려고 아무거나 막 가니쉬로 갖다 쓰는 경우가 있다 보니, 사람들이 식용꽃이 맛 없게 먹었던 경험 때문인지 꽃을 쉽사리 음식의 한 컴포넌트로서 봐주기가 힘든 것 같다.

근래에는 ‘웰빙’이 주목받고 식용꽃의 효능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식용꽃을 찾는 이가 많아졌다. 우리나라에서도 꽃을 사용한 비빔밥, 쌈밥, 샐러드, 샌드위치, 튀김, 케익 등 다양한 형태의 요리가 개발되고 있다. 꽃 요리는 꽃에 함유된 비타민, 아미노산, 미네랄 등 다양한 영양소 섭취와 함께 꽃잎의 화려한 색과 고유의 은은한 향기로 먹는 이의 식욕을 자극하여 입맛을 돋우는데 효과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바로 식용꽃을 ‘바르게 사용하고 안전하게 먹는 법’이다. 식용꽃이라 하더라도 꽃가루 등에 의한 알러지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암술, 수술, 꽃밤침은 제거하고 사용하여야 하며, 특히 진달래 수술에는 약한 독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꽃술을 제거하고 꽃잎만 물에 씻은 후에 섭취하여야 한다. 또 일반적으로 장식용 꽃은 농약 등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식용을 목적으로 따로 재배되는 꽃만 섭취할 수 있다. 꽃잎은 따서 바로 요리하는 것이 좋으나, 보관을 해야하는 경우에는 마르지 않도록 밀폐된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해야 고유의 색과 향을 오래 보존할 수 있다. 꽃잎차 등과 같이 장기간 보관을 위해 건조할 경우, 본연의 색을 최대한 살리려면 꽃잎을 연한 소금물(1%)로 살짝 씻어 펼쳐 놓고 서늘한 그늘에서 바짝 말려야한다. 강한 향과 신맛을 내는 국화나 민들레 등은 살짝 쪄서 연한 설탕물을 뿌려가며 말려야 맛이 부드러워진다.

식용꽃을 접시 위에 올릴 때는 요리접시가 단순한 것이 좋고, 너무 많은 꽃을 섞어 내지 말아야 보기에도 아름답고 꽃의 고유 맛도 즐길 수 있다. 디쉬에 장식용으로 놓을 경우 뜨거운 열기에 의해 꽃의 아름다움이 잃을 수도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꽃의 색과 외형에만 신경 쓰다가 정작 꽃과 다른 컴포넌트의 맛의 조화를 간과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컬럼은 식용꽃의 종류와 올바른 섭취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필자의 철저한 자료 조사와 개인적인 경험과 주관을 바탕으로 한다.) 제대로 알고 이용한다면 장식용으로의 역할 뿐 아니라 맛을 내는 식재료로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꽃 요리를 하거나 시식을 할 때는 아래의 사항들을 꼭! 참고하길 권장하는 바이다. ‘식용꽃 사용 지침서’라고 해야할까?


[ 일반 식용꽃 ]

국화(Chrysanthemum)
형형색색의 국화는 톡 쏘는 매운맛과 동시에 살짝 콜리플라워(꽃양배추)처럼 씁쓸한 맛이 나므로
여러 메인요리에 잘 어울리며, 차로 자주 이용되는 꽃이다.
무조건 꽃받침과 암/수술을 제거한 후 꽃잎만 이용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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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더(Lavender)
보랏빛의 용머리처럼 생긴 꽃이다. 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차로 우려서 많이 마신다.
하지만 달콤새콤한 맛이 있어 스프에 가니쉬로 얹거나 솔베와 같은 디저트에 얹으면 좋은 가니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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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송화(Marigold)
이름처럼 금빛이 도는 주황색 꽃이다.
샤프론처럼 매콤씁쓸한 맛을 내기 때문에 샤프론 대신 요리에 사용할 수도 있으며 꽃잎만 사용한다.
살짝 새콤한 맛도 있으므로 샐러드로도 괜찮고, 샤프론 대신 금송화를 넣은 밥을 만들 때도 쓸 수 있다.

민들레(Dandelion)
어릴수록 달콤한 맛이 나고 완전히 자라면 너무 억세고 맛이 쓰다. 생으로 먹던 익혀먹던 쪄먹던 상관 없다.
다용도로 쓰일 수 있으며, 흔하게 볼 수 있다 해도 절대로 길거리에 있는 것은 채집해 먹으면 안된다.
필라프나 샐러드로 자주 쓰인다.

보라지(Borage)
파랗고 보란 빛을 내는 별모양의 꽃이다. 여름바다 느낌이 나는 오이향이 난다.
칵테일이나 디저트류에 가니쉬로 얹기 좋다.
무엇보다도 색과 모양이 예뻐서 맛과 무관하게 아무 디쉬에나 올라가는 꽃 중 하나이기도 하다.

봉선화(Impatiens)
손톱을 물들이는 걸로 유명한 꽃이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지만 식용으로 특별히 재배된 것이 아니면 절대로 채집해 먹으면 안된다.
달달한 맛을 지니고 있어 샐러드나 달달한 음료에 가니쉬로 얹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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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갈퀴(Sweet Woodruff)
달콤하면서 씁쓸한 풀향이 나면서 또 고소한 바닐라 맛이 난다.
단, 피가 묽어지는 효과가 있어 과다복용시에는 일부 환자들에겐 위험하니 소량만 쓰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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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Rose)
대중적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케이크 장식이든지 아이스크림 가니쉬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딸기와 청사과를 합친 듯 달콤새콤한 맛이 나며, 꽃받침은 매우 씁쓸한 맛을 주기에 꽃잎만 떼어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야생이 아닌 식용재배한 장미는 모두 식용이 가능하다.
크기에 따라 통째로 장식하거나, 꽃잎을 한잎 한잎 떼어서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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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Violets)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이 보라색의 대표 꽃이라고 볼 수 있다.
달콤하고 꽃향이 좋다. 보라지를 못 구할 때 대체품으로도 나쁘지 않다.
꽃잎만 따다 샐러드로 먹거나, 디저트에 장식하고 음료에 띄워 마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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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석클(Honeysuckle)
꽃잎으로 시럽을 만들 수도 있을 정도로, 꿀처럼 달콤한 맛이 난다.
솔베나 달콤한 디저트에 가니쉬로 올리면 잘 어울린다.
꽃만 식용으로 가능하며, 열매는 독성이 있어서 절대로 먹으면 안된다.

한련화(Nasturtium)
빨주노초 색 구분이 확실하고 꽃잎이 얇아 하늘하늘한 것이 특징인 꽃이다.
꽃잎은 물론 이파리도 마치 작은 연잎을 연상시켜 메인과 디저트에도 자주 쓰인다.
꽃잎은 달콤하며 물냉이(Watercress)처럼 매콤하다.
꽃잎, 줄기, 이파리까지 모두 식용으로 쓸 수 있는 식용꽃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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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지(Pansy)
근처 마트에서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식용꽃 중 하나이다.
보라, 하얀, 파랑, 노랑, 빨강 등 없는 색이 없을 정도로 색이 다양하다.
꽃잎만 먹을 땐 달콤하지만 꽃받침이랑 같이 먹으면 풀향이 강해서 음식 맛을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달콤한 샐러드부터 디저트까지 달콤한 메뉴와 잘 어울린다.

히비스커스(Hibiscus)
무궁화와 같은 과의 꽃이다. 색깔은 다양한데 주로 빨갛다.
크랜베리처럼 살짝 달콤하면서 새콤한 맛을 갖고 있다.
차로 자주 이용되며, 새콤한 맛 때문에 주로 비니그렛 베이스 샐러드나 식전 카나페에 쓰이기 좋다.


[ 과일 및 채소 식용꽃 ]

감귤류(Citrus)
감귤류의 대표적인 과일로는 귤, 오렌지, 레몬, 라임, 자몽, 금귤이 있다.
꽃잎이 하얗고, 과일처럼이나 꽃도 레몬처럼 새콤한 맛이 나기에 해산물을 플레이팅하면서 레몬과 함께 곁들여도 괜찮다.
그렇다고 레몬을 대체하기엔 신맛이 모자란다.

서양무(Radish)
풍차모양처럼 루꼴라꽃과 닮았고 맛도 비슷해 서로 바꿔 사용해도 괜찮다.
꽃잎 끝이 보랏빛이 난다. 무처럼 약간 매콤한 맛이 나고 다른 식용꽃처럼 맛이 좋진 않다.
차라리 무순이 더 맛있다.

파속식물(Allium)
파속식물의 대표로 양파, 파, 마늘, 서양부추(Chive), 부추, 샬롯이 있다. 흰색도 있고 연보라색도 있다.
꽃의 크기가 작은데 츄파츕스처럼 동그랗게 꽃이 뭉터기로 피어 있어
몇 개씩만 뽑아서 음식 위에 흩뿌려주면 한 뭉치로도 꽤 많은 포션을 커버할 수 있어 좋다.
특별히 섬세한 음식에 은은하게 파향을 낼 때 좋고, 생으로 먹기에도 문제 없고, 양파나 마늘이 들어가는 모든 음식에 사용하기 좋다.

당귀(Angelica)
굉장히 크기가 작은 편이지만 마인드맵처럼 중앙으로부터 쭉쭉 뻗어 부케처럼 한 뭉치로 플레이팅하면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꽃이다.
흰색, 연보라색, 적핑크색으로 색이 다양하다.
펜넬(Fennel)꽃과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색이 노랗지 않다.
감초(Licorice)와 샐러리 같은 맛이 나기에 생선 요리와 잘 어우러진다.

루꼴라(Arugula)
십자 모양에 끝은 살짝 둥근, 마치 풍차를 연상시키는 모양의 꽃이다.
흰색, 아이보리색, 연보라색으로 색이 다양하다.
서양무(Radish)꽃과 생김새는 물론 맛도 비슷한 편이다.
루꼴라잎과 비슷하게 쿵쿵한 향과 살짝 톡 쏘는 맛에 샐러드에 자주 쓰인다.

호박꽃(Squash Blossom)
호박꽃은 못생김의 상징이지만, 실제로 장식용으로 썼을 땐 아름답고, 호박맛도 그대로 느껴져서 좋다.
다만 크기가 가니쉬로 쓰기엔 큰 편이라 생으로 먹기보단 오븐에 굽거나 튀겨 꽃 자체를 요리해서 먹는다.
호박스프 메뉴엔 가니쉬로 얹어도 괜찮다.


[ 허브 식용꽃 ]

고수꽃(Cilantro)
흰색에 살짝 분홍빛이 돌고 요정의 날개처럼 아기자기하면서도 우아하다.
고수풀 자체 향이 은은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고수를 싫어한다면 고수꽃 또한 싫어할 것이다.
핫디쉬만 제외하곤 고수가 들어가는 모든 음식에 올라가면 식욕을 한층 돋구어줄 것이다.

바질꽃(Basil)
라벤더꽃과 비슷하게 생겼고, 꽃잎은 흰색과 보라색이다.
바질맛이 은은하게 느껴지며, 레몬과 민트 같은 싱그러움도 느낄 수 있다.
생으로 샐러드에 뿌려 먹거나, 파스타에 가니쉬로 얹어 먹기 좋다.

민트꽃(Mint)
민트보다 향이 약하기 때문에 민트향을 조금만 주고 싶을 때 쓰면 된다.
민트 베이스 칵테일 가니쉬로 최고며, 양고기 요리 가니쉬로 쓰기에도 좋다.

로즈마리꽃(Rosemary)
파랗고 보란 빛이 도는 용머리 같이 생긴 꽃이다.
로즈마리향이 나며 로즈마리가 들어가는 모든 요리에 가니쉬로 쓰기 좋다.

세이지꽃(Sage)
흔히 알고 있는 라벤더와 매우 흡사하게 생겼고, 보랏빛과 파란빛이 도는 꽃이다.
세이지향이 은은하게 난다.

마조람꽃(Marjoram)
마조람과 같은 맛이 나고, 오레가노보다 향이 좀 더 강하기 때문에 소스나 스프에 가니쉬로 얹어도 괜찮다.

오레가노꽃(Oregano)
마조람꽃과 완벽하다시피 똑같이 생겼고, 분홍빛의 작은 꽃이다.
오레가노향이 은은하게 나고, 샐러드에 같이 섞거나 토마토소스를 쓴 피자나 파스타에 가니쉬로 올려주면 좋다.

펜넬꽃(Fennel)
당귀처럼 작은 꽃뭉치들이 마인드맵처럼 쭉쭉 뻗어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색은 노랗고 감초맛이 난다. 메인이나 디저트나 무관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타임꽃(Thyme)
연보랏빛의 꽃잎 때문에 작은 진달래처럼 보이기도 한다.
타임향이 은은하게 느껴지고, 타임이 여러 메뉴에 다양하게 쓰이듯이 타임꽃 또한 대부분의 디쉬에 잘 어울린다.
특히나 레몬타임꽃을 사용하면 절대로 실패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원본출처: 오감을 사로 잡는 즐거움, “식용 꽃”‘ – KANA

“Kana Food Story” writes interesting food and art stories from Kana Culinary team.
<카나 푸드 스토리>는 카나 요리팀이 전하는 신비로운 ‘요리∙예술’ 이야기입니다.

Writer:  Yujoon Jang │ 장유준 <[email protected]>
Editor-in-chief:  Yein Kwak │ 곽예인 <[email protected]>

내가 쓴 글이기에 개인블로그로 퍼오면서 원문에 사견을 조금 더 첨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