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세계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라

연간 수백억의 국가예산을 써가며 한식세계화에 공을 들였지만, 결과가 명백하게 말해주듯, 말만 세계화지 한식을 알리기 전에 해당 국가에 대한 시장조사나 소비자의 요구는 고려하지 않았기에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연간 수백억의 국가예산을 써가며 한식세계화에 공을 들였지만, 결과가 명백하게 말해주듯, 말만 세계화지 한식을 알리기 전에 해당 국가에 대한 시장조사나 소비자의 요구는 고려하지 않았기에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한식이 그렇다고 미국인 입맛에 안 맞나? 그건 아니다. 처음 시도해보기까지가 어렵지 그 후론 자기들이 알아서 찾아 먹기까지 한다. Kpop을 시작으로 한국영화나 드라마에도 미국인들의 관심이 커짐에 따라 포차에서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는 씬이나 가족들이 한상에서 같이 먹는 장면을 보며 한식까지도 덩달아 관심을 갖게 되는 사람이 늘었다. 불닭이나 보신탕처럼 매니아층이 즐겨 먹는 메뉴는 한국인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기에 이를 제하고는 한식은 전 세계인이 즐겨먹을 수 있는 퀴진이라고 자부한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세방화라고 불리우는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의 부재이다. 글로컬리제이션은 음식을 그 지역의 문화와 주민한테 친숙하도록 맞추는 작업이다. 세계화보다 좀 더 지역세분화 된 개념이다.

한국에서의 음식 글로컬리제이션을 예로 들자면, 부대찌개, 짜장면, 양념치킨, 치즈떡볶이, 녹차라떼 등이 있다. 전통한식 조리법이나 식재료가 아니지만 한국인들이 좋아하게끔 바뀌어 국민들이 즐겨먹는 새로운 한식으로 자리매김 됐다. 이번엔 미국을 예로 들어보자. 중식인 Sesame chicken 그리고 일식인 California roll은 사실 해당 국가의 전통음식이 아니지만 대중은 Sesame chicken은 중식이다 Roll은 일식이다 분류하고 있다. 전통을 떠나서 현지인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그걸로 장땡이고, 이런 메뉴가 한식입문자들에게 미끼상품으로서의 역할만 잘해주면 그만이다.

미국대중은 한식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는데 전통성만 강조하면 뭐하나 싶다. 일단 한식에 관심을 갖게 되면 소비자들이 알아서 전통성을 따지기 시작할텐데. 뉴욕만 해도 예전엔 롤과 히바치만 찾던 사람들이 이젠 제대로 된 스시를 찾고 있다. 그렇기에 뉴욕에 미슐랭 3스타 ‘Masa’와 1스타 일식집이 모두 합쳐 12곳이나 되는 반면에 한식집은 2스타를 받은 Jungsik이 유일하다. 더군다가 정식은 전통한식집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제대로 된 식역사와 식문화를 전파해야한다는 강박감 하에 무조건 전통성만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비빔밥에 꼭 밥이 안 들어가더라도, 고추장이나 간장베이스 소스가 없더라도 비빔밥이 될 수 있고, 어느 부위로 불고기를 만들더라도 그건 불고기다. 우리가 이렇게 제한을 두면 한식이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만 저지될 뿐이다. 국내에선 퓨전요리에 환장하면서 왜 한식을 해외에 알릴 땐 전통적인 모습만 알려야 된다고 생각하는건가 싶다. 프렌치처럼 정형화 된 레시피도 없이 한식은 김치만 하더라도 이집 저집 어느 하나 같은 곳이 없는데, 이럴 때만 전통조리법을 운운하며, 해외에서 유명세 타고 있는 음식은 제대로 된 한식이 아니라며 비판하는 것은 모순덩어리다.

원래 존재하지 않던 퓨전요리여도 좋고, 기존에 있던 메뉴에서 식자재 한 두개만 살짝 현지화해서 변형해도 좋으니, 글로컬리제이션을 잘 적용해 외국인들이 한식을 쉽게 접하도록 하는 것이 첫 스텝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루이틀 빡세게 크로스핏 했다고 송승헌 같은 몸이 되진 않듯, 비현실적인 효과를 기대하며 과정을 생략하지 말자. 일식이 지금처럼 대중화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