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정녕 우리가 원했던 것이 지금의 헬조선인가 – 영화 리뷰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 알게 되면서 가슴 아픈 근대사로 인한 씁쓸함과 동시에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금할 수 없었다. 우린 그들의 희망 속에서 살고 있고, 웃프게도 이곳은 물질만능주의와 나만 아니면 되는 무한이기주의로 가득찬 헬조선이다.

Poster for the movi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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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2017)

내 평점: (5.0 / 5.0)

우린 보이는게 다가 아니란 말을 머리론 알고 있으면서, 결국엔 단순히 보이는 것만 믿는다. 아직까지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전혀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민주화운동을 단순 테러 및 폭동으로 취급해 광주시민을 학살한 것이 정당하다는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자는 의견과, 당시 보도된 내용만 맹신해 빨갱이들이 선동한 폭동이라는 의견.

국민을 죽인 마당에, 잘잘못 따져보자는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말인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언론을 탄압하며, 현재 북한 상황처럼 국민에게 거짓말을 일삼아 놓고선, 그걸 바로 잡고자 하는 행동을 선동이라고 할 수 없다. 폭력시위라 무기로만 진압 가능했다는 말이 어찌 정당화 될 수 있을까. 계엄군이 투입돼 적에게 겨누어야할 총구를 같은 민족에게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누구를 폭력적이라 할 수 있을까.

백 번 양보해서 빨갱이가 선동한 폭동이었다고 치자. 그럼 이젠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볼 차례. 계엄철폐와 유신세력척결을 통해 자유를 요구하고 독재정치를 타파하고자 하는 것이 과연 북한 빨갱이들이 원하는 일이었을까? 공산주의가 원하는 것이 민주화였다니 놀라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게 북한의 소행이라 하더라도, 되려 남한이 지금의 북한처럼 되길 내버려둘 수 없었던 월남귀순자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항쟁이 아니었을까?

영웅은 난세에 탄생한다고 한다. 내가 무슨 무신도 아니고 평소에 택시기사였는데, 나라를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앰뷸런스가 되어 한 사람이라도 더 구출해낼 수도 있고. 진실을 세상에 알리려는 외신기자를 목숨 걸고 호송할 수도 있다. 평소 가정주부였던 사람은 밖에서 대신 투쟁하는 사람을 위해 주먹밥을 만들어 끼니를 해결시켜주는 작은 일로도 나라를 구하는데 이바지했다고 할 수 있다. 꼭 이순신 장군님 같은 분만 영웅이 아니다. 영화로 치자면 단역에 불과한 그들이 모여 나라를 구하고 그들이 곧 영웅이다.

근대사 뿐만 아니라 옛부터 우린 동족끼리 당파를 나눠 서로 시기와 모함을 하기 바빴고, 심지어 극악무도한 만행까지 서슴치 않고 저지른 민족이다. 이젠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가 왔다. 여야당은 니편 내편 나누기가 아니라, 독재를 방지하면서 나라의 발전을 위해 서로 다른 전략을 제시하고 의견을 비교하면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존재한다. 누가 더 쓰레기인지 까내리라고 나눠진 것이 아니다. 정부가 언제쯤 다름과 틀림을 이해하는 날이 올까.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 알게 되면서 가슴 아픈 역사로 인한 씁쓸함과 동시에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금할 수 없었다. 우린 그들의 희망 속에서 살고 있고, 웃프게도 이곳은 헬조선이라 불리운다. 이곳이 과연 그들이 피흘려가면서 꿈꿔왔던 곳이었을까. 목숨과 맞바꿔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사람들이 얻고자 한 좋은 나라·살만한 나라가 지금처럼 물질만능주의와 나만 아니면 되는 무한이기주의로 가득찬 헬조선이란 말인가. 그들의 희생을 의미 있게 하기 위해선 그들이 원했던 진정한 자유와 민주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