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범] 그 누구의 목소리도 믿지 마라 – 영화 리뷰

실제 괴담을 기반으로 해 더 소름끼쳤고, 전반부처럼 청각을 자극하면서 소름만 유발시키다 끝났어도 지금보다는 웰메이드 영화가 될 수 있었는데, 정리가 되지 않은 채 급하게 마무리 되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이다.

Poster for the movi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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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범 (2017)

내 평점: (2.5 / 5.0)

목소리를 흉내 내 사람을 홀린다는 귀신 ‘장산범’을 주제로 한 한국 공포영화이다. 목소리에 중점을 둔 만큼, 청각적 공포에 신경을 많이 썼다. 얼마 전 누나의 소개로 ASMR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ASMR영상에서 느낄 수 있었던 청각적 소름을 영화 장산범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벨소리, 동굴 메아리, 빗소리, 바람소리, 무당의 종소리 등 청각을 자극하는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장화, 홍련>을 처음 본 게 중학생 때였는데, 당시 꼭 귀신 때문이 아니라 평소 공포영화를 잘 보는 내가 보기에도 다음 장면이 겁이 날 정도로 영화 자체의 미장셴이나 분위기가 공포스러웠고, 끝까지 보고 난 후 반전내용에 또 한번 충격을 받았었다. 아직까지도 나의 공포영화 Top 3안에 꼽을 수 있는 영화인데, 장화홍련에서 큰 역할을 했던 계모 염정아가 장산범에선 실종된 아들을 찾지 못해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엄마 역을 맡게 됐다. 이미 공포물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일까? 장산범에서도 염정아의 아주 신들린 연기를 감상할 수 있었다. 평소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목소리지만, 이 영화에서 만큼은 앞서 말한 ASMR에 아주 적합한 또랑또랑한 목소리를 갖고 있어 전달력도 좋고 공포감을 조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초중반까지의 내용은 다소 지루할 만큼이나 느슨하게 진행되는데, 오히려 이때까지의 공포가 후반부의 공포보다 컸다. 후반부에 장산범 실체가 나오면서부터 긴장감은 배가 되지만, 현실에서 일어날까봐 두려워지고 있던 초반 분위기를 단순히 귀신영화로 탈바꿈시켜 현실감이 떨어지면서 그 동안 열심히 쌓아온 긴장감을 단번에 와장창 깨버렸다. 소리에만 촛점을 맞춰 내용을 전개해 나갔다면 꽤나 수작 미스테리 공포물로 기억됐을텐데 마무리가 너무 아쉬웠다.

극 중에서 주인공들이 가족 목소리를 흉내내는 장산범의 목소리에 속는 장면이 나오는데, 카메라로 얼굴을 비춰주지 않는 이상 관객 또한 목소리의 정체가 사람인지 귀신인지 알 수 없기에, 목소리 하나만 믿고 긴장감을 풀었다가 뒷통수 맞는 경우도 있었다. 어느 순간부턴 평범하게 말하는 주인공 가족들의 목소리가 여느 귀신의 비명소리 보다 무섭게 느껴졌다.

영화관 보다도 집에서 노이즈 캔슬레이션 헤드폰을 끼고 보는 것이 ASMR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실제 괴담을 기반으로 해 더 소름끼쳤고, 전반부처럼 청각을 자극하면서 소름만 유발시키다 끝났어도 지금보다는 웰메이드 영화가 될 수 있었는데, 정리가 되지 않은 채 급하게 마무리 되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이다.

2013년 여름 특집 네이버 릴레이 단편 – 전설의 고향에 올라온 웹툰을 읽어보면 장산범이 어떤 귀신인지 대충 알 수 있다. (소름 주의)
<장산범> – POGO 작가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