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벨: 인형의 주인] 사탄은 악령이지 괴물이 아녀라 – 영화 리뷰

인형을 잘 활용해 미장셴으로만 공포감을 조성한 초반부에 대해선 칭찬할 만하지만, 그거까지 다 까먹어버릴 정도의 진부한 후반부 연출이 내가 애나벨에 대해 실망한 부분이다. 개인적으론 컨저링1이 훨씬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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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벨: 인형의 주인 / Annabelle: Creation (2017)

내 평점: (2.5 / 5.0)

컨저링에서 잠시 카메오 출연했던 애나벨이 기존 애나벨과는 별개로 컨저링 시리즈의 스핀오프 영화로 제작되었다. 컨저링 시리즈 중에서 가장 무섭다고 소문난 애나벨을 이제서야 보게 됐는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처럼이나 무섭다고 난리법석이었던 뉴스기사와는 달리 긴장감과 몰입도가 굉장히 낮았다.

이전 애나벨 시리즈가 워낙 망작이라 기대감이 없이 봐서 호평을 받았나 싶은 의구심이 생긴다. 초반엔 스토리텔링과 캐릭터를 부곽시키며 좀 제대로 만들었나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턴 스토리는 그저 조미료에 불과할 뿐, 영화를 전혀 리드하지 못하게 되면서 몰입도도 떨어지고, 무섭게 하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공포물은 되려 무섭지 않았다. 그나마 스토리텔링이 먹혔던 부분은 실제 애나벨 인형을 극 후반에 잠시 출연시키면서 현실감을 높힌 부분이다. 실제로 애나벨은 존재하고,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달까?

전작에서 인형 자체가 주는 공포는 전혀 없었던 반면, 이번에 많이 발전한 부분은 인형 자체에 깃들린 사탄에 포커스를 두면서 인형이 곧 악마란 걸 인식시키고, 가만히 있는 인형 자체만 봐도 겁에 질리게끔 했다. <사탄의 인형>이 성공했던 부분도 바로 이런 점이었는데 말이다. 또한, 고아에다가 장애까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고 성심이 고운 아이를 잔혹하게 공격하는 사탄을 보며 안타까움과 불편함이 더해져 더욱 사탄에 대한 공포를 갖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탄이란 존재를 실물화 해서 연출한 점은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사탄(악마)은 보이지 않는 영적인 존재였을 때 더 두렵고 무서운 것이지, 눈 앞에 보인다면 단순히 괴물이랑 다를게 뭐가 있을까 싶다. 며칠 전 리뷰했던 장산범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는데, 귀신의 존재를 실물로 보여주지 않을 때의 공포가 더 큰 법이다. 징그러운 모습으로 깜짝 놀래키려면 굳이 실체를 보여주지 않고도 충분히 가능했을텐데, 이런 유치한 연출로 인해 공포물로서의 매력이 확 떨어졌다.

인형을 잘 활용해 미장셴으로만 공포감을 조성한 초반부에 대해선 칭찬할 만하지만, 그거까지 다 싸잡아 욕하게 만드는 진부한 후반부 연출이 내가 애나벨에 대해 실망한 부분이다. 개인적으론 컨저링1이 훨씬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