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809] 쿠웨이트 파병 4개월 차

어느덧 쿠웨이트에 온지도 4개월이 넘었고, 이제 돌아갈 날이 여태 있던 날보다 짧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나마 섭씨 50도를 웃도는 한 여름의 더위는 잘 버텨냈지만, 아직까지도 낮에는 돌아다니기 힘들 정도로 덥다.

난 모터그레이더 담/당

어느덧 쿠웨이트에 온지도 4개월이 넘었고, 이제 돌아갈 날이 여태 있던 날보다 짧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나마 섭씨 50도를 웃도는 한 여름의 더위는 잘 버텨냈지만, 아직까지도 낮에는 돌아다니기 힘들 정도로 덥다. 그래서 낮밤이 거꾸로 돼서 정오 전엔 대부분 잠을 자다가 해가 질 때쯤 일부터 시작한다.  9월쯤 되면 괜찮아질까??

얼마 전에 MWR(Moral, Welfare & Recreation) Trip으로 쿠웨이트 시티를 다녀온 것 빼곤 특별할게 없는 나날이었다. 그동안 업데이트 할 거리 없이 일상이 평범했고 매일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삶의 연속이었다. 쿠웨이트 시티 투어 후기는 갑자기 크퀘 DB에 꽂혀 제때 포스팅을 못하고 미루게 되었는데, 며칠 내로 포스팅할 계획이다.

난 보통 미션을 할 때 모터그레이더를 담당해서 운전했다. 그 외에도 어쩌다보니 서베잉이나 계획설계를 담당하게 되었다. 단순히 운전만 하면 되는 일부 중장비와는 달리, 모터그레이더는 세밀하게 조종을 해야하기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운전해야 해서 많은 병사들이 꺼려하는 중장비 중 하나이다. 다들 꺼려하다보니 내가 전담하게 됐고, 어느 순간 난 모터그레이더만 운전하게 됐었다. 뭐 어쨌거나 파병이 끝나기 전 하나라도 익숙해져서 갈 수 있는 점은 다행이라 생각된다.

아참, 그동안 까먹고 업데이트 못했었는데, 파병 오고 나서부터 쭉 Contemporary Worship Service에서 Journey Praise Team(찬양팀)에 조인하여 반주 봉사를 하게 됐다. 내가 있는 캠프에 한국인 목사님이 여럿 계신데, 그 중 한 목사님과 친하게 지내게 되면서 그 목사님이 담당하는 예배에 참석하게 됐고, 피아니스트가 공석이길래 냉큼 목사님께 말씀드려 키보드를 담당하게 되었다. 봉사하느라 자유시간은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정신 없는 파병생활 가운데서도 하나님과 가까이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고, 찬양을 더 자주 들을 수 있게 되어 이런 기회를 마련해주신 하나님께 너무 감사드린다.

감사하게도 목사님께서 선물로 받은 한국음식을 내게도 나눠주셔서, 그 덕에 한식이 그립지 않을 만큼 원할 때마다 한국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친구가 저 멀리 뉴욕에서부터 한국과자와 인스턴트 음식을 보내준 덕에 디팩이 질릴 때마다 하나씩 꺼내 먹으며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디팩 음식이 절대로 나쁘진 않다. 사진에서 볼 수 있다시피 핫윙도 자주 나오고(내 최애메뉴), 후라이드치킨, 버팔로윙, 바베큐윙, 로스트치킨도 번갈아가며 자주 나온다. 문제는 정확히 언제 나오는지는 모르겠다는거… 가끔 치킨 메뉴가 없는 날만 빼곤 전반적으로 디팩음식은 매우 만족스럽다. 오히려 살이 찔까 걱정된다.

벌써부터 슬슬 카운트 다운을 시작한 병사들도 있다. 그만큼 파병 끝나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나보다. 일단 난 곧 두바이에서 어머니랑 재회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고, 그때까지는 시간이 금세 지나가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