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507] E-4/SPC로 진급하다

쿠웨이트로 파병와서 첫 2주간은 계획된 일정 없이 매일 달라지는 스케쥴을 무념무상으로 소화하며, 말그대로 시간을 허비했다. 대신 자유시간이 많았던 덕에 블로그를 재개할 수 있는 여유는 조금이나마 있었다.

근 한 달만에 근황을 기록하는 것 같다. 쿠웨이트로 파병와서 첫 2주간은 계획된 일정 없이 매일 달라지는 스케쥴을 무념무상으로 소화하며, 말그대로 시간을 허비했다. 대신 자유시간이 많았던 덕에 블로그를 재개할 수 있는 여유는 조금이나마 있었다.

그러나 2주 전부터는 우리 Squad 전용 미션이 주어져, 다른 NCO 눈치도 안 보며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며 지내게 된 것은 맘에 들지만, 나만의 시간을 가질 여유는 통 나질 않았다. 블로그에 기록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24시간이 한없이 부족하다. 새벽 4시부터 현장 뛰고 오후 1시가 다 되어 돌아오면, 밥먹으러 왔다갔다, 낮잠 한숨 자고 나면 하루가 다 지나갔다. 일정이 계속 동일하다보니 시간은 빨리 흘러가고, 일의 능률도 많이 올랐다. 작업현장에서 난 주로 Grader를 운전하는데, 2주차가 되니 살짝 감이 잡히는 듯 하다. 주변에서 칭찬도 하는 걸보니 잘하고 있는 듯?

최근엔 1SG에 이어 CPT까지 EO 조사가 진행되는 바람에 리더쉽 두명이 모두 없는 상황에서 사기는 떨어질 때로 떨어졌고, 이미 했던 일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똥개훈련 덕에 심신이 모두 지쳐있었다.  그러던 와중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저번주 토요일에 1SG의 EO 조사가 완료되었고, 내가 좋아하던 1SG가 우리 중대로 돌아올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내가 파병 온 가장 큰 이유였던 1SG이 더 이상 곁에 없다는 사실에 Motivation이 떨어져 풀이 죽어있었던 찰나, Acting 1SG였던 MSG가 1SG로 진급되었고, 이로 인해 모든 프로모션 절차가 재개되었다. 진급 후보에 있었던 나도 덕분에 PFC에서 SPC로 진급되었다. 사실 CIA BPS를 졸업 후 BCT를 갔다면 애초에 받을 수 있었던 계급이지만, 시민권이 급했기에 PFC에서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하며 SPC를 포기하고 군입대를 했었기에, SPC가 된 것이 마치 원래 내꺼였던 것을 돌려 받은 듯한 느낌이 들어 뿌듯했다. PT 테스트도 단번에 통과하고, 기간 Waiver도 받았기에 진급하는 일만 남았었는데, 깜깜무소식이라 매일 불안해했는데 이제라도 이름이 불려 망정이지 이번에 마저 진급 안 시켜줬으면 많이 삐뚤어졌지 싶다.

진급을 통해 E-4 마피아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E-4 병사 수가 가장 많음) 또 하나 얻은 것은 월급상승이다. 상승폭은 $200 정도로 그다지 큰 편은 아니지만, 쿠웨이트 파병 기간동안 얻는 추가액은 $1,680이나 된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더니!) 쿠웨이트는 파병지라 세금이 면제라 손실 없이 $1,680 모두 받을 수 있다. 누가 그랬는데 꽁돈은 저축하라고 그랬다.

앞으로 진로를 정해야 하는데, SGT(하사)를 지원할지, ROTC를 통해 장교를 지원할지 고민 중인데, 아무래도 대학원을 가게 되면 학비 지원도 받을 겸 ROTC를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BCT도 다녀왔기에 ROTC 3년차부터 시작하는 것도 맘에 들고, 내 적성엔 오피서가 더 잘 맞는 것 같고 말이다. (월급도 2배 정도 많다는 사실!!)

아직 갓 SPC 달아놓고선 별 생각 다 하는 것 같다. ㅎㅎ 비록 Army Reserve라지만 군대 캐리어 빌드도 민간 직장만큼이나 신경 쓸 필요가 있고, 일찍부터 준비해야 리더들이 내 진로에 맞게 서포트를 해줄 수 있기에 진작에 목표를 설정하고자 한다. 6년 계약만 얼른 채우고 관두자 싶다가도 진급이 이렇게나 동기부여가 될 줄야…